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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안 나오는 작은 무인도 체험

by 난모모띵 2025. 6. 5.

** 배를 타고 들어가 하루를 보내는, 고요한 섬의 시간-지도에 안 나오는 작은 무인도 체험은 어떨지 알려드리고자 한다.

삶은 때때로 너무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다. 연결된 일정표, 휴대폰 알림, 메신저의 메시지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SNS의 타임라인까지. 그 안에서 우리의 주의력은 끝없이 갈라지고, 깊은 사유를 위한 여백은 점점 사라져간다. 그래서일까. 그 모든 연결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나올 수 있는 공간을 갈망하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 갈망은 흔히 말하는 ‘자연 속 휴식’ 그 이상의 무엇이다. 인간의 흔적이 거의 닿지 않은, 지도조차 제대로 표시하지 않는 작은 섬. 무인도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낯섦과 동시에 다가오는 해방감. 바로 그런 곳에서의 하루를 상상해보았다.

우리는 종종 비움 속에서 진짜 채움을 얻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많은 감각이 깨어나고, 고요함 속에서 더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무인도는 그런 경험을 가능케 하는 공간이었다. 오늘은 모든 것이 느려지고 단순해지는 그 낯선 공간에서, 진짜 나와 마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던 순간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도에 안 나오는 작은 무인도 체험
지도에 안 나오는 작은 무인도 체험

 

"섬으로 떠나는 작은 의식"

 

무인도 여행은 계획 단계부터 조금은 다르게 시작된다. 정해진 코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중교통이 닿는 곳도 아니다. 일부 섬들은 민간 어선이나 체험용 선박을 빌려 접근해야 하며, 출항 여부도 바다 날씨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리하여 이 여행은 준비하는 순간부터 느린 호흡을 강요한다. 출항 시간을 기다리고, 배에 오르고, 바다를 건너는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미 일상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섬으로 향하는 배는 크지 않았다. 파도가 잔잔한 날이었지만, 작은 배는 출렁임을 피할 수 없었다. 도시의 도로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흔들리는 배 위에서, 문득 나 자신이 얼마나 바쁜 흐름에 익숙해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바다 위를 달리는 동안 육지는 점점 작아졌고, 그 빈자리를 수평선이 채워갔다. 그렇게 한 시간 남짓의 항해 끝에, 지도에서도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작은 무인도에 도착했다.

섬은 생각보다 더 단순했다. 인공 구조물은 거의 없었고, 부두 역할을 하는 작은 나무 판자와 낡은 표지판이 있을 뿐이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은 날것의 아름다움을 품고 있었다. 들풀은 거칠게 자라 있었고, 바위 틈 사이로는 조개와 게들이 바삐 움직였다. 짐을 내려놓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을 천천히 걷는 일이었다. 지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곳에도 분명 이름이 있고 역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파악하려 하기보다, 그저 섬 자체와 눈을 마주하고 싶었다.

걷는 내내 들려오는 소리는 바람과 파도, 새의 울음뿐이었다. 간혹 멀리서 지나가는 배의 엔진 소리가 들릴 뿐, 다른 인간의 기척은 없었다. 그 적막함 속에서 오히려 자연은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섬을 감싸고 있는 이 조용한 울림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소음 속에 살아가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고립이 주는 자유, 무언의 시간"

 

무인도에서의 하루는 놀랍도록 단순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기에 스마트폰은 기능을 상실했고, 전파도 닿지 않아 외부와의 연락은 끊겼다. 이 단절은 낯설면서도 이상하게 안도감을 주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고, 오롯이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바람 소리, 잎사귀의 흔들림, 파도와 바위가 부딪치는 소리, 그리고 간혹 머리 위로 스치는 새의 날갯짓. 이 모든 것이 무인도의 언어였다. 누구의 말도, 설명도 필요하지 않았다. 한적한 해변에 앉아 그저 눈을 감고 있으면, 도시에서의 복잡한 생각들이 물처럼 밀려나갔다.

점심은 미리 준비해간 도시락과 간편한 취사도구로 해결했다. 음식을 먹는 것도, 물을 아껴 쓰는 것도 모두 조심스럽고 정성스러웠다. 우리가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소비하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 한 모금, 그늘 아래의 서늘함, 바닥에 깔린 돗자리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무인도에서의 오후는 길고 조용했다. 긴장이 사라진 탓인지, 해가 기울어 가는 속도마저 더뎌 보였다. 천천히 섬 언저리를 따라 걷고, 마음 가는 곳에 앉았다가, 해변가에 흘러온 조가비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쓸모는 없지만, 이 순간을 풍요롭게 해주는 조각들이었다. 그렇게 고요와 함께 머무는 시간이 쌓였다.

책 한 권과 작은 노트를 가져갔던 것이 그날의 가장 좋은 선택 중 하나였다. 읽다 멈추고, 적다 멈추기를 반복하면서 마치 그 섬에 흘러가는 시간과 나 자신을 기록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섬은 말이 없었지만, 나는 섬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루를 머물고 남은 것들"

 

해가 지는 무렵, 하늘은 아주 잠시 극적인 색을 띠었다. 섬의 높은 언덕에서 바라본 수평선 너머로 붉은 빛이 퍼졌고, 바다는 그것을 조용히 받아냈다. 불을 피울 수는 없었지만 작은 랜턴 하나만으로도 섬은 다시 새로운 표정을 지었다. 밤이 되자 바닷바람은 더욱 차가워졌고, 하늘엔 별이 쏟아지듯 떠올랐다. 도시의 하늘에선 결코 볼 수 없는 밀도였다.

잠은 간단한 텐트 안에서 청했다. 땅에 몸을 뉘이고, 섬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익숙하지 않은 촉감, 약간의 불편함, 그리고 그 안에서 마주하는 스스로의 감정. 그것들은 도시에서의 평범한 잠자리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각이었다. 익숙함을 벗어나는 불편함은 어쩌면, 나 자신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열쇠였다.

아침이 되자 섬은 다시 잔잔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바다는 여전히 무심하게 출렁였고, 새들은 어김없이 섬 위를 날았다. 돌아갈 시간이 다가왔다는 사실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 짧은 하루가 남긴 여운은 생각보다 길게 이어질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무인도는 단지 외딴 공간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바라보게 되는, 고요한 거울 같은 장소였다. 혼자가 되어야 비로소 들을 수 있는 마음속의 목소리, 그리고 그것을 받아주는 공간. 지도에는 표기되지 않을지라도, 마음속에는 분명히 새겨지는 좌표였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비워내는 시간’이었다. 무엇을 더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과잉으로부터 물러나는 경험. 인간의 흔적이 거의 없는 자연 속에서의 머무름은 그 자체로 깊은 위로가 된다. 떠나기 전보다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배에 다시 올랐을 때, 그제야 무인도가 내게 속삭였던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야 진짜로 살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