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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살기, 아니 ‘이틀 살기’ 조용한 동네 체험기

by 난모모띵 2025. 6. 9.

도시의 복잡한 소음과 끊임없는 업무, 무심코 지나치는 바쁜 하루하루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잠시 멈춤’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을까. 많은 사람이 한 달,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내어 시골에서 느긋하게 살아보는 ‘한달 살기’를 꿈꾸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 그래서 오늘은 '이틀 살기' 조용한 동네 체험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한달 살기, 아니 ‘이틀 살기’ 조용한 동네 체험기
한달 살기, 아니 ‘이틀 살기’ 조용한 동네 체험기

 

바쁜 일상과 직장, 여러 책임과 일정 때문에 긴 시간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달 살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이틀 동안이라도 도시에서 벗어나 조용한 시골에서 진정한 ‘쉼’을 경험하는 것은 어떨까.

나는 이번 여행에서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의 작은 마을을 선택했다. 서울에서 차로 약 2시간 반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관광지로 알려진 덕산온천에서 조금 떨어진 외곽 마을이다. 덕산온천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휴양지이지만, 그 주변 외곽에는 여전히 옛 시골의 정취를 간직한 조용하고 한적한 동네들이 숨겨져 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사람이 많이 붐비지 않는’ 작은 농촌 마을을 찾아 머물렀다.

 

"도시를 떠나 작은 마을로의 초대"


떠나기 전, 나는 며칠간 정신없이 바쁘고 무거운 마음으로 살았다. 도심에서 하루 종일 사람과 부딪히며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 속에서 쌓인 피로는 몸과 마음을 옥죄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업무와 끊임없이 울려대는 스마트폰 알림음, 복잡한 거리에서 느끼는 소음과 불빛들은 어느 순간부터 내게 견딜 수 없는 짐처럼 다가왔다. 그런 상태로는 앞으로도 매일을 버티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떠난 곳이 바로 예산군 덕산면의 작은 마을이었다. 도착한 순간, 도시에서 보았던 거대한 빌딩 숲과 무수한 자동차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초록빛 논밭과 굽이진 시골길, 그리고 고즈넉한 고택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고, 마을 할머니들은 이웃과 담소를 나누며 장독대 앞을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머문 민박집은 오래된 농가를 개조해 만들어졌는데, 돌담과 툇마루, 정겨운 기와지붕이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곳 마을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의 속도’였다. 도시에서는 쉴 새 없이 흘러가던 시간이, 이 작은 마을에서는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새벽녘부터 들려오는 닭 울음 소리와 새들의 노랫소리가 하루를 깨우고, 오후에는 논두렁에 앉아 쉬는 개구리 소리가 평화를 더했다. 민박집 마당에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서 잠시 앉아 있으면, 느릿느릿 지나가는 구름과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덕분에 마음이 차분해졌다.

민박집 주인은 나보다 한참 연세가 많은 분이었지만, 정겨운 인사와 손길은 따뜻했다. 그분이 말해 준 마을 이야기를 들으며 이곳 사람들의 삶과 땅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하루하루 농사를 짓고, 마을잔치가 열리면 모두 함께 모여 어울리는 그 평범하지만 소중한 삶의 모습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느림 속에서 만난 특별한 일상"


조용한 시골 생활의 하루는 단순했지만 매순간이 특별했다. 이틀 동안 나는 아침에 일어나 마을 주변을 산책했다. 작은 시골길을 따라 걷다 보면 들꽃과 야생초가 길가에 피어 있고, 바람에 살랑이는 벼 이삭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었다. 걷는 동안 저 멀리 산비탈에 위치한 덕산사의 고즈넉한 사찰도 눈에 들어왔다.

덕산사는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작은 사찰로, 산림 사이에 자리 잡아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선사했다. 봄에는 진달래가 만발하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든 산길이 장관을 이룬다. 나는 그 사찰을 방문해 고즈넉한 마당에서 잠시 멈춰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찰 마당에서는 작은 연못과 돌탑, 오래된 향나무가 평화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새벽의 고요한 공기가 온 몸에 스며들었다. 절 주지 스님과도 잠깐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는 “시대가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에 참된 평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마을 중심가에는 ‘느림보 카페’라는 이름의 아담한 공간이 있었다. 이 카페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만든 곳으로, 주인은 마을 주민이자 수제 허브 차와 빵을 직접 만드는 장인이었다. 카페 한쪽 벽면에는 마을 사진과 옛날 이야기들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었고, 목재 테이블과 의자, 한옥의 창살 틈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은 이곳만의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페에서 마신 로즈마리 허브차는 쓴맛과 달콤함이 조화를 이루어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몸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마을 주민들과 나눈 대화 또한 이틀 살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농사일을 하시는 어르신께서는 “이 마을은 산도 좋고 물도 좋아서 예전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지요.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떠났지만,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 많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삶의 단편들을 들으며, 나는 이 마을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삶의 터전’임을 느꼈다.

어느 저녁, 민박집 마당에 앉아 별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빛 공해가 전혀 없어 하늘은 무척이나 밝고 선명했다. 별자리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했고, 오랜만에 맑은 하늘 아래에서 내 마음도 환하게 빛나는 듯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가 별빛에 녹아 사라진 것 같았다.

 

"짧은 시간이 남긴 긴 여운"


이틀 동안의 생활은 짧았지만, 나에게는 오래도록 기억될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도시의 복잡함과 빠른 생활 속에서 멀어져 자연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공간에 잠시 머무르며 나는 ‘진짜 쉼’의 의미를 배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은 여전히 평화로웠다. 농부들이 논을 갈고, 아이들이 마을 골목을 뛰어다니고, 할머니들이 느긋하게 바느질을 하는 그 모습은 마음 한켠에 깊이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으면 이번에는 더 오래 머무르며 마을 사람들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틀 살기’는 내 삶의 소중한 쉼표가 되었고,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서 잠시 머물며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한달 살기’가 부담스럽다면, 이번 글처럼 ‘이틀 살기’도 충분히 큰 위로와 재충전이 될 수 있음을 자신 있게 추천한다. 느리고 조용한 동네에서 보내는 이틀의 시간은 우리에게 다시 살아갈 힘과 여유를 선물할 것이다.